에스파뇰팬, 감독되다. '맨발의 꿈 시즌2' 시에라리온 축구팀 - 1
(이 이야기는 97% 허구입니다.)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 주변의 리젠트 지역에서 폭우와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폭우가 휩쓸고 간 프리타운의 모습은 처참하다고 뉴스에서 보도하더군요.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던 에스파뇰팬은 마침 시에라리온으로의 봉사 활동에 눈독을 들이죠.
홍수 사태와 봉사활동을 잘 엮어서 자기소개서에 쓰기라도 하면 상당히 괜찮은 스토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봉사활동에 대해 일정을 조율한 다음에 세부 내용을 확인한 에스파뇰팬은 비행기표를 끊고 프리타운으로 향합니다.
(저는 현재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같이 봉사활동을 떠날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암스테르담까지는 각자 나라 별로 다른 비행기를 타고, 암스테르담에서 만나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후안 디에고 (저보다 한 살 어린데, 리버풀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벨기에에서 온 조이 뒤자르댕과 미쉬 데쿠퍼, 세르비아에서 온 네냐드 슬루비치... 이 네 명과는 축구 얘기를 나누며 금방 친해졌고, 여자 쪽도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프랑스와 잉글랜드? 외 여러 명 해서 총 10명 정도가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착륙할 때 비행기가 흔들렸습니다. 아직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 합니다.
봉사활동 주최측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리젠트 지방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만 봐도 산사태와 폭우의 피해를 느낄 수 있었네요.
마을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첫째 날은, 도착하자마자 날이 저물었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마련해놓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계속 잔해들을 나르며 일을 했습니다. 날씨가 더웠지만 진지공사만 하겠습니까..
그러다 진흙 속에서 벌집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진흙을 벗기니 축구공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제게 왔습니다. "Uncle... Can you give... Umm... Indeed.., it's... was... an... my.... Ball...?" 예전에 자신이 차던 축구공을 달라는 소리 같았습니다. 장갑 낀 손으로 진흙을 걷어냈습니다. 사포를 한 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안 되서, 군대스리가에서 갈고닦은 드리블 실력을 조금 보여주고는 공을 줬습니다. 아이가 감명을 받았나 봅니다. 친구들을 데려왔습니다.
군대스리가와 유튜브에서 배운 축구 기술들을 조금 보여줬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자신들의 친구들 중 예전에 축구로 출세한 아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들도 그렇게 되고 싶은지, 축구를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모아 오라고 했습니다. 원래 축구하고 놀던 아이들의 그룹이 있는지, 25명이 금방 모였습니다.
저는 봉사 팀장님께 갔습니다. 저 아이들에게 축구 팀을 만들어 주면 어떻겠냐고. 그 때, 한국의 영화 '맨발의 꿈'과 동티모르 축구 국가대표팀이 생각났습니다. 프로 축구 경력은 없지만, 군대스리가와 FM을 통해 얻은 축구 지식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생겨 제가 제2의 동티모르를 만들겠습니다! 라고 외쳤습니다.
1시간 뒤, 팀장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고, 회의에서 자세한 내용을 결정하자고 하셨습니다.
1시간의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시에라리온 축협에 전화도 걸었습니다.
결정 사항은, "리젠트 FC 창설 및 시에라리온 First Division(2부리그) 참가"
그리고, 감독은, 제가 FM이나 군대나 뭐를 어필해서
되었습니다. (저 나이 22살 아닙니다)
이 장소를 홈 구장으로 정했습니다. 이름은 리젠트 희망의 구장.
역사가 시작될 수 있을까요? (리그나 팀은 FMSCOUT의 로스터를 바탕으로 제가 에디터로 손봤습니다.)
이것으로 1편을 마칩니다. 2편에서는 선수 소개와 팀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잘 보셨으면, 연재를 계속 보고 싶으시면 포텐을 살포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