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에 담긴 이야기 - 비운의 영웅 -
이 사진은 1967년 4월 27일에 찍힌 사진이다. 뭔가를 바라보는 소련장성들의 눈에는 근심과 슬픔이 어려있다.
이 이야기는 인류 최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그의 친구이자 동료 우주 비행사인 블라디미르 코마로프는 훨씬 기억에 남는 임무를 수행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인물이다.
소련 연방의 공군 대령인 그는 냉전으로 촉발된 우주 경쟁 시대에 많은 업적을 세웠다. 무려 인류 최초로 연속으로 두번의 우주비행을 한 사람으로써 1964년에 발사된 보스호드 1호의 탑승자였으며 1967년에 발사한 소유즈 1호의 탑승자였다.
소련 당국은 앞서 성공한 여러 차례의 우주선발사 성공으로 인하여 자만하며 계획을 서둘렀다. 그의 임무는 그가 탑승한 소유즈1호가 1주일 이상에 걸쳐 지구를 선회하는 우주실험실이 되어 이후에 발사 될 다른 2개의 유인 우주선인 소유즈 2,3호와 도킹결합 및 랑데뷰 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유즈1호는 발사 직후부터 이상한 기체의 결함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소유즈는 마치 날개처럼 우주선 좌우에 태양전지판이 붙어있는데 발사 시에는 접혀 있다 궤도에 진입하면 펴지도록 제작되어 있던 기체였다.
그러나 발사 직후 로켓에서 우주선이 분리될 때의 충격으로 인해 기체에 붙은 한쪽 전지판이 펴지지 않았다. 달 탐사용으로도 오랜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소유즈는 자체적으로 전기 동력을 만들어내 사용 할 수 있는 최첨단의 태양전지판을 최초로 부착한 유인 우주선이였다. 그러나 이 첨단 장비가 불행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이후 다행스럽게도 한쪽 전지판이 펴져 부분적으로 가동을 시작하였지만 우주궤도에서 소유즈가 원활하게 움직이는데 필요한 전력량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결국 축전지에 있던 전기를 급격하게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비행 중 우주선의 자세 제어를 위한 탐지기 또한 고장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우주선의 자동 제어 시스템 전체가 고장을 일으켰다.
인류 최초의 다인승 우주선이었던 보스호드 1호의 선장으로 임무를 수행했던 코마로프의 능력과 경험이라면 소유즈1호의 자세를 제어하고 궤도를 비행하며 시간을 벌 수있으라 판단한 관제본부는 조종사 코마로프에게 수동으로 우주선을 조종할 것을 명령했다.
이러한 상태로 계속 우주 비행을 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소련의 관제본부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이어서 발사될 소유즈2호의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 유영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그들로 하여금 소유즈1호의 전지판을 수리하여 동력을 복구시킨다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소유즈2호를 긴급 점검한 결과 비행 제어 장치에 소유즈 1호와 동일한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상태로는 발사할 수도 없었고 수리에도 기간이 걸리기도 하였지만 애초에 소유즈2호는 예정된 날짜에 발사할 수 없었다.
바로 소유즈2호를 발사하려던 바이코놀 우주 기지에 엄청난 양의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시시각각으로 코마로프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는 소유즈1호는 비행을 계속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결국 소유즈2호 발사가 불가능해진 관계로 인하여 관제본부는 지구로 긴급 귀환하도록 결정했다. 코마로프는 긴급 귀환에 돌입했는데 제어 장치가 고장난 상태이므로 지상의 명령에 따라 코마로프 개인의 감각으로만 이루어지는 위험천만한 일이였다.
코마로프는 명령에 따라 침착하게 수동으로 사령선과 기계선을 분리시키고 귀환 모듈의 자세를 정확하게 바로 잡는데 성공하였다. 초조하게 지상에서 소유즈1호를 관측하던 관제본부도 이를 확인하였고 무사히 코마로프가 귀환 할수 있다고 믿으며 환호하였다.
하지만 귀환방식의 문제가 있었다.
미국은 대기권으로 우주선이 귀환하면 바다로 착수시켜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소련의 방식은 귀환시 귀환선 동체의 낙하산을 펴고 지상에 접촉전 역추진로켓을 사용하여 대지로 귀환하는 방식이였다.
불행하게도 자동으로 펼쳐져야 할 소유즈1호의 낙하산은 펴지지 않았다. 당황한 코마로프는 수동으로 비상 낙하산을 펼쳤으나 그 또한 엉켜 펴지지않았고 지상에 접촉하기전에 사용되는 역추진 로켓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소유즈1호는 그대로 지상으로 유성과 같이 충돌하여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고. 결국 코마로프는 역사 상 최초로 우주 비행도중 사고로 순직한 우주비행사가 되었다.
소련은 서둘러 시신과 잔해를 정리하였고. 코마로프의 처참한 모습은 장성들에게 그대로 공개되었다.
사실 소유즈1호의 탑승자는 가가린이였지만, 절친한 친구였던 코마로프에게 그 자리를 내어줬다는 설도 있다.
이 일로 인해 가가린은 크게 낙심하여 알콜중독에 빠졌고, 소련 당국은 가가린과 같은 '우주 영웅'들을 두번다시는 우주로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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