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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차인표씨가 아내 신애라씨에게 쓴 편지 차인표씨가 아내 신애라씨에게 쓴 편
작성자
  민채연 작성일 2019-09-02 20시 17분 조회 1622


사랑하는 여보에게..


여보.

오늘 드디어 우리집 계약을 했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 수있다,

다 들어 주겠노라”고 큰소리치면서 결혼한 지

6년 2개월 만에 당신이 그리 원하던 우리집이 생겼네요.

아까 집을 함께 둘러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나는요,

예전에,

우리 결혼하던 시절을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금반지 한 개 달랑 주고,

나는 공짜로 당신과 결혼을 했어요.


이등병 때한 결혼이지만,

자신있었어요.

제대만 하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주면서 여유롭게 살 자신이…


그런데,

그게 아니네요.

나만 여유롭게 살았네요.

당신은 억척스럽게 살았네요.


며칠 전,

1년 만에 용제씨 부부와 노래방에 갔을 때,

당신은 “요즘 노래를 아는 게 없다”면서 당황해 했었죠?

나는 속으로 더 당황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최신곡들,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당신,

결국 작년 이맘때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죠?

연애할때,

두시간을 불러도 다 못 부를 정도로 많은 노래를 알던 당신이었는데,

왜 노래를 못 부르게 되었나요?

그 동안 무얼 했나요?


결혼 6년,

나는 어느 새,

못난 남편이 되어 있네요.


러닝 머신에서 5분도 뛰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당신에게

“마라톤대회 나가야 하니 아침 일찍 인절미 구워 달라”고

부탁하는 철없는 남편이 되어있네요.


우리 생생한 젊음들끼리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그새 왜 나만 이리 잘 뛰고,

잘 놀게 되었나요?


내가 운동하고,

노래 부르는 동안,

당신은 무얼 했나요?


당신은 정민이 낳고,

놀아주고, 밥 먹이고,

또 놀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시키고,

동화책 읽어주고,

또 기저귀 갈아주고,

그러면서 내 얼굴피부 나빠졌다고

억지로 피부과 데려가 마사지 받게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고 백화점 데려가 청바지 사주고.


당신은 아줌마면서,

나는 총각처럼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죠


당신은 농담처럼, 우리집에는 아기가 둘이 있다고,

근데 큰 애가 훨씬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죠.


신혼시절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결혼 6년 만에 당신의 큰 아기가 되어 있네요.


미안해요.


난 당신의큰 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 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이 “나를 얼만큼 사랑해?”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 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있을 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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